조국은 살아 날 것인가

―쌀이 남아도는 나라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다.
우리 사회의 비정함에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는지
묻습니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살던 세 모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60세였던 어머니 박모씨는 35세 된 큰 딸, 32세 된 작은 딸과 함께 살았습니다. 박씨는 인근 놀이공원 식당에서 일을 하며 얼마씩 받는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나 비싼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만화가 지망생인 작은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푼돈을 벌었으나 카드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였습니다.

박씨는 12년 전 남편이 방광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 사실상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한 달 전 몸을 다쳐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당장 수입이 끊긴 이들 가족은 고민 끝에 집세 및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유서를 남긴 채 번개탄을 피워 일가족이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들이 숨진 옆에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집 주인에게 쓴 유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곧 세상에 알려졌고 우리나라 사회 복지제도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사회보장 제도 개선에 대한 많은 비판과 성찰이 오갔습니다.

몇일 전인 8월23일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탈 주민 한모(42)씨와 여섯 살 배기 어린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이 관리 사무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경찰은 뼈만 앙상한 모자의 시신을 보고 이미 2개월 전에 굶어 죽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집안에는 어디에도 밥을 지을 쌀은 없었으며 텅 빈 냉장고에는 고춧가루 봉지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습니다. 서랍 에서는 3858원을 찾아 쓰고 잔고가 0원인 빈 통장이 나왔습니다.

뒤에 알려진 바로 한씨는 2009년 탈북 해 국내에 들어 왔다고 합니다. 2012년 통영에서 중국 국적의 조선족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해서 살았는데 조선업 불황으로 남편이 실직을 하면서 이혼을 하게 되고 수입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다 생활고로 인해 결국 아사(餓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들의 죽음이 늦게 발견된 것은 월세 9만원 임대료가 몇 달째 밀리고 단수된 상수도 고지서가 우편함에 꽂힌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모자의 사망을 확인함으로써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의지할 곳 없는 탈북자 사회의 비정한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 단면입니다.

그동안 자유를 찾아 국내에 들어 온 탈북민은 올 8월 현재 3만 3000여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 땅을 버리고 자유와 풍족함이 있는 남한 땅을 찾아 목숨을 걸고 몇 개 나라를 돌고 도는 천신만고 끝에 국내에 들어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 탈북민은 안성의 하나원에서 3개월의 적응교육을 받은 뒤 각 지역의 임대 아파트와 2000만원의 정착금을 받고 독립된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중 1300만원은 임대보증금으로, 나머지 700만원 중 400만원은 생활용품 구입비용으로, 300만원은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로 나누어 받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원을 퇴소할 때는 어김없이 블로커들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갈취 당한다고 합니다.

29일 충주에서 열린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 개막식에서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 부부가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NEWSIS

한씨 역시 9개월 동안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까지 병에 걸리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 또한 우리 사회 복지정책의 허점과 사회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위의 두 사건 모두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이웃을 살펴보는 여유가 있었던들 보지 않아도 될 비극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을 틀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맑은 물을 보내자”고 구호단체들이 경쟁을 하고 심지어 “북극곰을 살리자”는 캠페인까지 벌이면서 구사일생 배고파 찾아 온 제 민족을 제 나라에서 굶어 죽게 하다니, 지금 이 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대한민국이 맞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쌀이 남아 보관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에서 끼니를 잇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니, 산 자로서 낯이 뜨거워짐을 금치 못합니다.

어제 오늘, 시국이 매우 혼란합니다. 일본정부의 돌발적인 무역보복선언으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 관계는 우리정부의 지소미아(GSOMIA・군사비밀보호협정)종료 맞대응으로 꼬이고 일본상품 불매운동, 동해안 방어 군사훈련으로 역대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중재를 해줄 것으로 믿었던 미국은 알게 모르게 일본 편을 드는 행태이니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속담, 바로 그 짝이 된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외교부가 미국대사를 불러 “한국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항의한 것은 참으로 잘 한일입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닙니다.

와중(渦中)에 조국(曺國)법무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놓고 야당과 언론이 마구 터뜨리는 의혹들로 ‘조국’ 두 글자는 이미 블랙홀이 되어 온 사회가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사검증이라면 의당 당사자의 업무 추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주가 돼야 할 터인즉 어머니와 딸이 등장하고, 동생의 이혼한 전처까지 거론되는 판국이 되고 증인만도 80명이니 90명이니 하니, 그러잖아도 시끄러운 정국이 더욱 소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조국은 누구인가. 그가 누구이기에 이처럼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거대 야당과 보수언론의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그것이 궁금해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조국(曺國)은 1965년 부산의 유복한 집에서 태어납니다. 고교 1학년인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합격하면서 세간의 시선을 받기 시작하고 26세에는 국립 울산대 법학과 교수로 임용돼 다시 최연소 기록을 세웁니다.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받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 석·박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 △대검찰청 검찰정책자문위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되고 이번에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됐습니다.

평소 조국은 사회적인 이슈가 떠오를 때 마다 신문지상이나 SNS를 통해 자신의 ‘정의’ 를 피력하는 적극성을 보이며 사회 참여를 해 왔습니다. 당연히 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그가 당하고 있는 공격은 바로 지난 날 그 자신이 남에게 던졌던 돌멩이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조국을 인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득권 세력으로 ‘꽃길’을 걸으며 인생을 즐길 수 있음에도 그것을 마다하고 굳이 사회부조리 발본에 앞장 서 온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자, 그러면 수재 조국이 야당과 보수언론의 무차별 파상공세를 이겨 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는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해있음이 분명합니다. 그가 고비를 넘겨 장관에 임명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검찰개혁은 상당부분 진행될 것이요, 탈락된다면 개혁은 물 건너가고 말 것입니다. 조국을 인정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